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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일본’의 퀀텀 점프, 빨라지는 日 AI 기술·서비스 도입 속도

등록일 : 2024.05.25

'아날로그 일본’의 퀀텀 점프, 빨라지는 日 AI 기술·서비스 도입 속도

- 日 통신 대기업, 일본어 비즈니스 환경 고려한 맞춤형 AI LLM ‘쓰즈미’ 서비스 개시

- 통신, 제조, 건설·물류 등 산업 각 분야에서 AI 기술·서비스 도입 사례 늘어

- 2027년 日 AI 시장 규모 1조1,000억 엔 돌파 전망, 한국 기업의 日 시장 진입 기회 발굴 노력 필요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경험으로 세간의 주목받고 있는 ‘생성형 AI’ 등 AI 기술, 서비스가 이젠 일본 비즈니스 업계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도장’, ‘팩스’ 등 소위 아날로그 문화로 대표되는 일본 사회가 ‘AI 기술’을 접목해 디지털 사회로 더욱 빠르게 점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 AI 관련 시장 현황과 전망

일본 정보경제사회추진협회(JIPDEC)와 주식회사 ITR가 일본 기업 983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IT 이용·활용 동향조사 2024’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69.5%가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거나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따르면, ‘회사 자체적으로 생성형 AI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 중’인 곳이 많았으며, 일부는 개인이 직접 계약해 업무에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생성형 AI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거나 ‘금지돼 사용할 수 없다’는 등 미이용 기업은 13.8%에 그쳐 과거에 비해 AI에 대한 관심과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조사를 수행한 JIPDEC 관계자는 “앞으로 민간 기업의 생성형 AI 도입과 활용은 급속히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은 일본 정부의 공식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일본 총무성이 IDC JAPAN의 자료를 활용해 작성한 ‘2023년 정보통신백서’에 따르면, 일본의 AI 산업은 글로벌 성장 추세에 발맞춰 2027년까지 연평균 23.2%의 성장이 이룰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 규모는 1조1,035억 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도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관련 시장 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3년 1,188억 엔 수준인 생성형 AI 시장 수요액은 2030년까지 연평균 47.2% 성장해 약 1조7,774억 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부적으로는 ‘생성형 AI 관련 솔루션 서비스’가 연평균 52.2% 성장한 2,211억 엔, ‘생성형 AI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연평균 46.6% 성장한 1조5,209억 엔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업계의 AI 기술 개발·도입 사례

생성형 AI를 비롯한 일본 내 AI 서비스 산업이 빠른 성장을 거둘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AI를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 도입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 IT(정보통신): NTT, NEC 등 통신 대기업의 LLM 개발 추진

지난 3월 25일, 일본 대형 통신기업인 NTT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모델(이하 LLM) ‘쓰즈미(Tsuzumi)’의 서비스 개시를 발표했다. NTT에 따르면, 쓰즈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일본어 처리 성능을 가진 LLM으로, AI 분야 연구가 글로벌 수준인 NTT의 연구 노하우를 접목해 높은 정밀도와 성능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특히 NTT가 강조한 부분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LLM 모델에 비해 ‘작지만 강한 콤팩트 LLM’이라는 점이다.

OpenAI나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생성형 AI LLM은 성능이 뛰어나지만 계산해야 하는 데이터 리소스가 많고, 그에 따라 소비하는 에너지도 비례해 증가한다는 단점이 존재하는데 쓰즈미는 경량모델(70억 파라미터)과 초경량모델(6억 파라미터) 등 2가지 종류로 개발돼 기본적으로 전력 소모가 적다.

또한, 파라미터 수가 적다 보니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비용과 리소스도 줄었다. NTT 관계자는 “GPT-3는 일반 클라우드를 이용해 3,000억 토큰 데이터를 학습하는데 약 4억7,000만 엔이 소모되나 ‘쓰즈미’는 데이터 학습에 소모되는 비용이 160만 엔에서 1,900만 엔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게다가 경량모델은 GPU 1기, 초경량모델은 PC 1대로도 고속의 추론 동작이 가능해 실용성이 높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단순히 ‘적은 비용’만이 장점이 아니다. 쓰즈미는 온프레미스 방식*으로 물리적인 정보보안 관리가 가능해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초기 비용이 일부 발생할 수 있지만, 기업이 자신들의 환경과 상황에 맞춰 적합한 조건으로 변환할 수 있고 보안이나 인프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게다가 사내 업무에 외부 LLM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AI 학습에 자사 기밀정보가 이용될 리스크가 있는데, 이에 대한 사전 차단도 가능하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볼 때 ‘저렴한 도입 비용’으로 ‘안정적인 보안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쓰즈미가 가진 강점은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 온프레미스(On-premise) 방식-클라우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기업이 서버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설치·운영하는 방식을 말함.

이처럼 저렴한 비용과 안정적 보안을 내세운 ‘일본형 AI LLM 개발’은 현지 업계에서 경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AI 연구개발력 세계 50개 사에 포함된 NEC, 후지쯔(Fujitsu), 사이버에이전트 등은 생성형 AI 서비스 개발을 이미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 대형 통신사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의 GPU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올해 안에 일본의 상관습과 문화에 적합한 일본 최대 규모의 생성형 AI 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 건설·물류: ‘2024년 문제’ 대응을 위해 AI 기술 적극 활용

건설, 물류 업계는 오는 4월부터 근로자의 초과 근무 규제가 시행됨에 따라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인력 부족 등 ‘2024년 문제’의 해결을 위해 각 기업에서는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생활소비재 기업 KAO는 ‘물류 2024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총 55억 엔의 사업비를 투자해 자사 물류창고에 스마트 물류시스템을 도입했다. 트럭 운전사가 운반한 트럭이 창고에 도착하게 되면 물건의 하역-운반 및 재운반-분류-패키징 등 전 과정이 AI와 운반 로봇(AGV 등)을 통해 자동화해 수행된다. KAO 관계자에 따르면, “30여 명이 필요한 창고 작업이 수 명으로 줄어들었고, 3~4시간 이상 걸리던 트럭 운전사의 대기 시간이 1~2시간으로 단축돼 생산성과 근로 효율성이 개선됐다”라고 밝혔다.

가시마기술연구소는 일본 현지 건설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아키타현 나루세 댐 공사 현장에 덤프트럭, 불도저, 롤러 등 무인 자율주행이 가능한 건설중장비 14대를 투입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AI를 통해 건설중장비 고도 숙련자의 운행 데이터를 기계 학습하고, 건설 현장에서 400km 이상 떨어진 가나가와현 관제소에서 장비들을 통제해 여러 현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조치했다. 이에 따라 건설 인력 부족, 근무시간 제한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하루 22시간 이상의 작업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

3. 제조업: 인력 기반의 업무를 AI로 대체해 생산성과 효율성 제고

제조업에서도 그간 근로자가 반복적으로 수행하던 업무에 AI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23년 3월, 요코가와전기와 에네오스머티리얼은 강화학습 기반 AI 알고리즘을 세계 최초로 플랜트 공장에 정식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요코가와전기가 개발한 자율제어 AI를 활용해 에네오스의 플랜트 공장을 ‘AI 기반 자율형 공장’으로 운영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석유화학제품은 온도와 압력 등 요인들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제품의 양과 질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요코가와전기와 에네오스머티리얼은 플랜트 공장 증류탑 시설에 자율제어 AI를 도입하고 온도, 압력 등 10여 개 파라미터를 감시해 필요시에는 AI가 밸브를 직접 제어해 공장을 운영하도록 테스트했다. 그 결과 35일 연속으로 근로자 없이 안정적으로 자율 운영에 성공했다. 현장 테스트 성공과 자율제어 AI의 정식 도입으로 해당 업계는 노동력 감소, 고령화 문제 대응에 해결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업무 노하우와 성과를 생성형 AI를 활용해 공유, 전수하는 체계도 확립되고 있다. 자동차 금속가공 부품을 제조하는 중견기업 ‘아사히철공’은 IoT 기술을 이용해 공장 내 제조 환경을 개선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막상 그 노하우가 직원들 사이에서는 종이 문서나 엑셀 파일에 보관하고 실제로는 공유가 되지 않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에 아사히철공은 노하우 자료를 모두 전자 데이터화하는 한편, Chat GPT LLM 서비스를 도입해 서버에 저장된 자료를 현장에서 자연어로 쉽게 검색해 확인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에 따라 직원 간 업무 공유는 물론, 다른 지역에 소재한 공장과의 노하우 공유도 이뤄지며 업무 효율성이 개선되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계 AI 도입·활용 위해 거버넌스 및 인프라 구축 지원

일본 정부도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산업 생산성, 효율성 저하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의 AI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경영상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들이 디지털 인프라 도입에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설비자금 일부를 보조해주거나 전문가와의 상담 지도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첨단 기술이 국가경쟁력과 경제 안보에 관련한다고 판단할 경우 대기업에도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이 소프트뱅크그룹의 생성형 AI 개발에 필요한 슈퍼컴퓨터 구입 등에 53억 엔의 보조금을 지원한 사례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최근엔 미국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는 AI 기술 개발 확보보다는 AI 소프트웨어·서비스 개발 및 활용에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이노베이션 박스 세제’를 신설하고 AI SW 개발기업의 IP 사업화와 저작권 수익을 인정해 최대 30%의 법인세 공제를 추진할 방침을 정했다.

< 이노베이션 박스 세제 중 AI 관련 사항 >

- 특허, 저작권 등 지식재산의 사업화 및 상용화로 획득한 수익에 대해 세금 우대

- AI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개발기업에 대해서도 지식재산 사업화에 따른 저작권 수익을 인정, 최대 30%의 법인세 공제 추진(2032년 3월 31일까지) 자료: 일본경제신문

이외에도 일본 정부는 AI와 관련한 글로벌 리더십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AI 전략 2022’에 따르면, 전략 세부 목표 중 하나로 ‘국제사회에서의 AI 관련 리더십 확보’를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AI 산업에 관한 일본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2023년 5월 ‘히로시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그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G7 정상회의를 통해 도출된 ‘히로시마 AI 프로세스’를 통해 생성형 AI 개발자에 대한 이행원칙, 행동규범 합의를 도출하고 G7 디지털 장관 온라인 회의를 통해선 세계 최초로 AI 특화의 포괄적 국제규범 최종안 합의에 도출하는 등 G7 의장국으로서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시사점

‘디지털 경쟁력’에 대해 현재까지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다소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세계디지털경쟁력평가’에서 한국은 64개국 가운데 6위를 기록해 상승세를 이어가지만, 일본은 32위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또한,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겪어본 우리 기업인들도 여전히 도장과 팩스를 사용하는 비즈니스 문화 경험하고 그러한 인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일본의 디지털 전환(DX) 정책의 효과로 일본 기업의 디지털 기술 도입과 그 성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과거 아날로그 방식의 규제를 폐지하거나 AI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을 향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큰 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일본의 AI, 디지털 기술 도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투자유치 성과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이 발표한 ‘AI Index Report 2023’에 따르면, 2022년 신규 투자자금을 유치한 AI 기업 수가 미국 542개 사, 중국 160개 사, 일본 32개 사였으며, 한국은 22개 사로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의 디지털 전환과 AI 제품·서비스의 비즈니스 도입 가속화는 우리 기업에도 일본 시장 진입의 기회로 다가올 전망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AI 기술 개발에 대응해 한일 간 AI 기술교류, AI 기반 소프트웨어의 공동개발 등 B2B 협력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실제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내 제조업 AI 솔루션 기업 A사는 KOTRA 도쿄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제조업과 하드웨어가 강점인 나라이며, 한국은 소프트웨어 강국이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일본의 탄탄한 제조업에 도입 가능한 점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 외, 일본 내 AI 도입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공조 시스템, 서버 렉, 5G 통신장비와 부품 등 AI 활용 기반인 디지털 인프라의 파생 수요에 대해서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 현지에서 개최되는 AI-디지털 분야 전시회에 KOTRA 지원을 받아 참가해 현지 기술 트렌드, 수요 등을 발굴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 출처: 내각부, 경제산업성, 총무성, 중소기업청, 중소기업단체중앙회, 전국상공회연합회, 정보경제사회추진협회(JIPDEC),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 일본경제신문 외 KOTRA 도쿄무역관 자료 종합

* 편집: 핸들러전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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